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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복서가 꿈이었던 영화배우 최재성

26.05.2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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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조영섭 복싱 전문기자



요즘 가끔 반가운 얼굴이 방송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은 1980년대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하이틴 스타 최재성이다.

한국판 제임스 딘 이라 불린 반항아 이미지의 최재성과 첫 인연은 1991년 어느 날 필자가 사범으로 근무한 88체육관에서 시작된다. 최재성은 이미 원진 체육관에서 복싱을 수련한 바 있어 원숙한 자세로 쉐도우 복싱을 해보였다.

1964년 10월15일(호적엔 11월18일) 서울 태생의 재성은 최요삼과도 친분이 있었다. 최요삼이 신인 시절 재성이와 같은 원진체육관(관장 김규철) 소속이었던 때문이다.

언젠가 요삼이가 "형, 여명의 눈동자에서 뱀을 진짜로 먹었어요"라고 묻자 별다른 대답 없이 미소만 짓던 최재성. 그의 진중한 모습이 떠오른다. 재성은 요삼이가 하늘의 별이 된 2008년 1월3일, 순천향병원에서 아산병원으로 옮긴 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편 재성은 당시 전담 트레이너 없이 홀로 훈련했다. 운동을 마치면 그는 일반 선수들과 같이 체육관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섰다.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김철호 88체육관 관장의 전언(傳言)에 의하면 재성은 프로 복서로 활동하려고 이곳 88체육관을 찾았다고 했다.

그때 필자는 문성길 챔프 그리고 최요삼을 포함한 다수의 용산공고 학생들을 분주하게 지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는 연배가 비슷한 재성을 망중한(忙中閑)을 이용해 틈틈이 지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후 격의(隔意)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해 12월 중순 SBS 창사 기념으로 '은하수를 아시나요'라는 방송이 제작 방영됐다. 최재성이 주 종목인 권투선수역으로 출연한 드라마였다. 당시 상대역으로 필자도 캐스팅됐고, 재성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KO패 당하는 역할이었다.

극중 필자가 재성의 강타를 맞고 링 바닥에 쓰러지는 액션을 리얼(Real)하게 연출하자,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던 이덕화·김영란 두 분의 모습이 떠오른다. 방송을 마치고 재성과 함께 분위기 좋은 고급 음식점에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그때 재성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복서가 독사 복서로 유명한 J. 라이트급 한국 챔피언 박석규였다. 그때 재성은 자신의 코를 만지면서 보여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세하게 휘어져 있었다.

상문고 재학시절 원진체육관에서 본격적인 엘리트 복서로 활동하기 위해 격렬하게 스파링을 하면서 생긴 흔적이었다.

당시 재성을 원진 체육관에서 지도한 사범은 국가대표(밴텀급) 상비군 출신의 오용규 사범이었다. 그분의 회고에 의하면 기본기가 탄탄한 재성은 전도유망한 복서였다고 전했다.

1983년 재성은 복싱을 접고 서울 예전에 입학했다. 1983년 KBS 탤런트 공채 10기로 시험에 합격하면서 복싱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84년 최재성이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해 주목을 받을 때 오용규 사범은 그때 비로소 최재성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재성은 IBF J.밴텀급 챔피언을 지낸 전주도와 오래전부터 막역지우(莫逆之友)처럼 지내는 등 복싱인들과 교류의 폭이 넓었다. 또한 장정구, 이일복, 이상호 등 선배 복서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후배 중에는 동양 밴텀급 챔피언 허준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1994년 군 복무를 마치면서 이번엔 체육관 개관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최재성은, 1996년 2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챔피언시티체육관을 열면서 복싱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1997년 가수 황세옥과 결혼한 그는 2003년 어느날 강동구에 체육관을 오픈한 필자의 체육관을 몇 차례 방문했다. 그의 핸드폰 속엔 아내와 아들 사진이 메인 사진으로 저장돼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재성과 함께 WBA 플라이급 챔피언 김태식 챔프가 운영하는 '불타는 껍데기' 식당을 찾아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필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복싱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진정으로 사랑한 복싱인이었다.



그와 권투 이야기를 나누면 필자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그는 복싱 전문가 못지않게 관련 지식이 해박했다. 2006년 늦가을 어느날로 기억된다. 전(前) 88 프로모션 심영자 회장이 중국으로 진출해 프로모터 활동을 재개하려고 분주할 때였다.

그때 심영자 회장이 필자에게 최재성을 긴급히 호출하라고 지시했다. 심 회장은 내심 재성을 복싱 해설자를 염두에 두고 그의 의중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때 김포에서 달려온 재성을 만나 필자가 던진 첫 질문이 WBC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김상현의 1차방어전 상대 이름과 국적이었다.

이에 재성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트리니나드 토바고 국적의 피치로이 귀세피"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그날 헤어지면서 "나의 6촌 동생이 여배우 최진실"이라고 그가 한 말도 떠오른다.



지난날에는 마동석 배우 못지않게 복싱판에 모습을 많이 드러냈던 최재성. 이젠 세월이 흘러 그가 복싱인들을 만난다는 소식이 필자의 레이더망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지난 젊은 시절, 누구 못지 않게 진정으로 가슴 뜨겁게 복싱을 사랑했던 열혈남아 최재성. 이런 그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