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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사의 ‘사우스포 킬러’ 김용강·고희룡, 왼손잡이 파해법의 정석 보여줘

26.04.2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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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섭의 복싱 비화] 김용강, 정통파의 정석으로 변정일·서정수 등 국가대표 3인방 제압 고희룡, 변칙적인 왼손 훅 앞세워 김동길·김기택 등 강자들과 대등한 승부

【NF통신 오종준 기자】복싱 경기에서 희소성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상대가 되는 '왼손잡이(사우스포)' 복서들을 압도하며 명성을 날린 두 명의 '킬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용강(우측)페날로사 방어전

주인공은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초로 양대 기구(WBA·WBC)를 석권한 김용강과 아마추어 무대를 주름잡았던 국제대회 3관왕 고희룡이다.

◇ 섬광 같은 오른손 카운터, ‘사우스포 박멸기’ 김용강

1965년 전남 화순 출생의 김용강은 168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치타 같은 스피드와 정교한 오른손 카운터를 앞세워 당대 최고의 왼손잡이 복서들을 잇달아 꺾었다.


김용강(좌측)과 WBC 밴텀급 챔피언 변정일

김용강은 80년대 중후반 국가대표 왼손잡이 삼총사로 불리던 변정일, 서정수, 황경섭을 모두 제압하며 '사우스포 킬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88 서울올림픽 대표이자 훗날 WBC 밴텀급 챔피언이 된 변정일을 상대로 신인 시절 2연승을 거둔 일화는 유명하다.

프로 전향 후에도 그의 '사우스포 킬러' 본능은 계속됐다. WBA 플라이급 챔피언 레오파드 다마쿠마(일본)와 엘비스 알바레스(콜롬비아)를 꺾었으며, 타이틀 방어전에서도 에밀 마쓰시마와 조나단 페날로사 등 까다로운 왼손잡이 복서들을 판정과 KO로 잠재우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국가대표로 활약할 당시의 고희룡(좌측).

◇ 다양한 각도의 왼손 훅, 두뇌 플레이의 달인 고희룡

제주 출신의 고희룡(1961년생)은 전형적인 두뇌 플레이와 변칙적인 공격으로 왼손잡이 복서들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는 18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복싱에 입문했으나, 뛰어난 신체 조건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고희룡의 진가는 국내 정상급 왼손잡이들과의 대결에서 드러났다. 그는 아시아선수권 2연패의 송경섭, 킹스컵 국가대표 이봉래, 그리고 월드컵 금메달리스트 김기택 등 쟁쟁한 사우스포들을 상대로 7차례 맞대결을 펼쳐 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984년 LA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당대 천하무적으로 군림하던 사우스포 김동길과의 대결은 복싱계의 전설로 남아있다. 비록 판정에서는 네임밸류에 밀려 아쉽게 패했으나, 훗날 김동길 본인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을 만큼 고희룡의 경기 내용은 압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희룡 펀치에 비틀거리는 김동길(왼쪽)

◇ 기술적 차이 오른손 카운터 vs 예각의 왼손 훅

두 복서는 사우스포를 공략하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김용강이 정통파 복서의 정석대로 강력한 오른손 카운터를 활용해 상대의 안면을 공략했다면, 고희룡은 상대의 위치에 따라 예각, 직각, 둔각 등 다양한 각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왼손 훅으로 사우스포들의 가드를 무너뜨렸다.

이들은 1961년생 소띠 복서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복싱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80년대 전후, 사우스포에 대한 공포증을 실력으로 극복해낸 대표적인 인물들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김용강은 부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고희룡은 고향 제주에서 평범한 자연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