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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미레의 WBA 아시아챔프전 함께한 복싱 기라성들

25.11.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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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일 용인대 종합체육관에서 프로 복싱 경기가 개최됐다. 신보미레(신길체) 선수가 WBA 아시아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걸고 호주의 타이워나 캠벨 선수와 10회전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김진표 용인대 교수, 버팔로 프로모션 유명우 대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3회 연속 국가대표 코칭스탭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이흥수 감독을 만났다.

이 세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복싱인이다.  유명우 챔프와 김진표 교수는 71학번(1971년 초등학교 입학) 동기다. 1964년 1월 서울태생의 유명우는 1승3패의 평범한 아마추어 전적을 뒤로하고 세계 정상에 올라, 한국 프로복싱사에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복싱 영웅이다.

김진표도 1964년 8월 강릉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님 댁에서 자라며 어려운 유소년기를 보낸 인물이다.

고교졸업 후 상경해 노량진 남성체육관(관장 조경인)에서 프로 복서로 진출하려던 꿈을 접은 청년 김진표는 1984년 용인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맘을 먹는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인적(超人的)인 노력을 쏟는다. 그 결과 이학박사(理學博士) 학위를 받고 용인대 교수 미래교육원장을 맡으면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1954년 경북 의성태생의 이흥수는 천호상전 시절 전국 신인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면서 서울 대표로 전국체전과 대통령배에 출전한 복서다. 선수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해 서울체고와 상무를 거치며 우수한 선수를 대거 배출했다. 이를 발판으로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됐다.

이 세 분은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이등병에서 출발해 사성장군(四星將軍)에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 복싱인이다.

요즘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선수들을 응원·격려하는 원로 복싱인 홍수환 챔프를 본다. 이 모습을 보면 복싱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흐믓하다.

특히 미소를 머금고 복싱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70 중반을 훌쩍 넘은 홍수환 챔프를 곁에서 지켜보면, 세기(世紀)의 여인이라 불리던 오드리 헵번이 연상된다. 헵번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 앤 공주역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암 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노쇠한 몸을 이끌고 소말리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헵번은 훗날 찬란했던 젊은 시절보다 노년의 모습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홍수환도 노년에 경기장을 찾아 팬들과 선수들에게 사인과 격려를 해주면서 소통하는 모습이, 4전5기 신화를 창출할 때 젊은 홍수환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WBA 국제심판 김병무 심판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언제 봐도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1959년 전남 함평 출신의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병무 심판은, 복싱판에서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WBA 플라이급 챔피언 김태식이 첫손을 꼽으며 인정하는 올곧은 복싱인이다.

현재 WBA 김병무 국제심판은 1년에 4차례 이상 해외에서 펼쳐지는 국제 경기에 참가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심판이다.

신보미레 선수와 캠벨의 WBA 아시아 라이트급 결정전이 펼쳐졌다. 신길 체육관(관장 윤강준) 소속의 신보미레는 2023년 복싱 사이트인 복스렉(Boxrec)에서 WBC 슈퍼 페더급 전체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실력이 검증된 선수다.



2025년 2월 기준 대한민국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신보미레 선수다. 신보미레는 2014년 서울여대 재학중 복싱에 입문해, 윤강준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2016년 프로로 전향했다. 2022년 WBC 인터내셔널 슈퍼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월드 복서로 발돋음했다.




그녀를 발탁해 지도한 윤강준 관장은 태양체육관(관장 유제두) 소속으로 1997년 제88회 전국체전에 (LW급) 출전해 8강까지 진출한 복서 출신 지도자다. 이날 경기의 주심은 WBA 국제심판 장관호씨가 맡았다.

장관호 심판은 1962년 서울태생으로, 1979년 한일고 2학년 재학시절 학생선수권(코크급)대회 결승에서 전국 선수권 최우수복서 출신의 윤영환을 판정으로 잡고 우승을 차지한 슈퍼 루키였다.

그는 그해 10월 서울 대표로 60회 대전 전국체전에 출전해, 1회전에서 대회 우승자인 충남 대표 한정훈(대전체고)과 용호상박 난형난제의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아쉬운 판정에 고개를 숙이면서 사실상 복싱을 접은 사연을 간직한 복서다.




한편 18승(10KO) 3무3패를 기록한 신보미레는 WBA 아시아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스트레이트 연타를 수차례 성공시키면서 캠벨(호주) 선수에게 2ㅡ0 판정승을 거두고 WBA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타이틀 '결정전'은 글자 그대로 승패를 '결정'해야 하는 경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심판이 '무승부'로 채점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번 경기는 객관적으로 채점해도 3~4 포인트 정도 신보미레 선수가 넉넉하게 우세한 경기를 펼친 경기였다. 그러기에 무승부를 채점한 한국심판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컸다.

각설하고 한국 프로 복싱 남녀 통틀어 가장 세계 정상에 가장 근접한 신보미레 선수가 한 단계 전력을 끌어올려 세계 정상에 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