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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 세번째 부활 'MBC 전국신인왕전'서 만난 사람들

25.11.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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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6일 경기도 포천(종합체육관)에서 프로복싱 제40회 MBC 신인왕전이 3년 만에 부활돼 열렸다.

MBC 전국 신인왕전은 1962년 10월28일 거인체육관 정석제 관장에 의해 최초로 탄생됐다. 그때 라이트급 신인왕이 유명우·지인진·김철호를 탄생시킨 대원체육관 김진길 관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6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신인왕전이 본격적으로 부활한 것은 1977년 제7회 신인왕전부터다.

그때부터 복싱 대통령 장정구를 위시하여 김태식 박종팔, 김철호, 백인철, 박영균, 이형철, 백종권, 최요삼 등 현재까지 16명의 세계 챔피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프로복싱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인왕전 우승은 세계 챔피언 등용문(登龍門)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그런 신인왕전이 2016년 중단되었다가 2022년 6년 만에 풍산 프로모션 이거성 대표에 의해 부활 됐다.

하지만 또다시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포천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정선용 KBC 사무총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3년 만에 재부활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청무관 복싱체육관(양주시)을 운영하는 최응산 관장을 만났다. 그를 보는 순간 42년 전 문화체육관에서 개최된 제13회 MBC 신인왕전에서 벌어진 지난날 숨은 비화(祕話)가 불쑥 떠오른다.

1982년 청소년 대표로 해외 원정을 경험한 최응산 관장은 1983년 12월 태양체육관(유제두 관장) 소속으로 제13회 MBC 전국 신인왕전(밴텀급)에 출전해 3연속 KO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강력한 최우수선수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종합전적 7연승 (5KO)를 거두고 김용래(문석체)와 결전을 앞둔 최응산은 1984년 1월15일 새벽 유제두 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양체육관에서 예비 계체량을 실시한다.

전날 밴텀급 한계체중 53.520g을 정확하게 맞추고 취침에 들었던 최응산에게 유제두 관장은 1Kg 오버라는 말을 던졌고 최응산은 부랴부랴 땀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곧바로 줄넘기와 로드웍을 강행하면서 감량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결국 녹초가 된 최응산은 기진맥진(氣盡脈盡)한 몸을 이끌고 한국권투위원회(KBC)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 계체량을 한 최응산은 이번에는 한계체중에서 1Kg 미달로 통과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제두 관장이 최응산의 체급을 53.520g인 밴텀급이 아닌 52.160g인 j.밴텀급으로 착각해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결국 파김치가 되어 링에 오른 최응산은 결승에서 김용래에게 한차례 다운을 당하고 판정패해 분루를 삼켰다. 그래도 최응산은 "유제두 관장은 엄하면서도 가슴 따스한 존경하는 스승님"이라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이번 경기장에는 대한 복싱협회 방윤석 심판위원과 이동포 유원대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리고 필자는 이분들을 홍수환 챔프에게 차례로 인사를 시키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중랑구에서 탑 복싱을 운영하는 방윤석은 "프로복싱 경기에도 아마복싱 관계자들이 자주 참석해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호동에서 캡틴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동포 유원대 감독은 "아마추어 복서들도 프로 복서들의 필살기(必殺技)인 복부 공격 등은 겸허한 자세로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전 경기는 모두 6체급에 걸쳐 경기가 진행됐다. 홍수환 챔프는 이날 경기 후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고 극찬하면서 밴텀급 우승자 최원석(팀 타이거), 슈퍼 라이트급 우승자 구승모(xxx복싱), 슈퍼미들급 우승자 이동현(SM 복싱) 등 3명은 전도유망한 복서들이라고 평했다.

최원석은 터프 하면서 근성있는 복싱을 펼쳐 이세기(장현 신도)를 6회 판정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최우수 복서(MVP)에 선정된 구승모는 칼날 같은 바디샷으로 정양서(반달곰체육관)를 5회 KO로 꺾고 최우수 복서(MVP)로 선정돼 상금 3백만원을 받았다.

또한 슈퍼미들급에서 우승한 이동현 (SM 복싱)은 박석현(오비 복싱)과 매 라운드 접전을 펼치면서 인상적인 연타를 수차례 명중시켜 결국 3ㅡ0 판정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각 체급 우승자 6명에게 각각 백만원의 파이트머니가 지급되었다. 한편 WBC 국제심판 김장성 심판위원은 필자와 담화에서 이번 대회 참가한 복서중 밴텀급 우승자인 최원석이 프로 복서로 장래성이 엿보이는 유망주라고 밝혔다.

경기중 필자는 MBC 최우수 신인왕 출신의 KBC 이정택 심판위원과 망중한(忙中閑)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정택 위원은 바로 면암 최익현, 백사 이항복을 배출한 이 고장 포천 출신이다.

이정택은 78년 상원체(노병엽 관장)에 입관해 복싱인으로는 드물게 1981년 경희대 체육학과에 일반 학생으로 합격한 인물이다.

프로에 데뷔한 1982년 11체급 247명이 출전한 MBC 신인왕전(J. 페더급)에 출전해 결승에서 장상인(남성체)을 2회 KO로 꺾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부상으로 50만원을 받았다.

장상인은 박항(동아체)을 꺾을 정도로 준수한 실력을 보유한 복서였지만, 이정택의 강타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수경사에 입대한 이정택은 1985년 6월 한국 j.페더급 타이틀에 도전해 챔피언 최봉호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20전 14승(8KO) 6패의 전적을 남기고 링을 떠나 지금은 포천에 정착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이정택은 이번 신인왕전이 한국복싱 부활의 시금석이 될것이라 전망(展望)하면서 많은 성원을 부탁하였다.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면서 SM 홍성민 대표, 신정훈 (삼성체) 관장과 함께 홍수환 챔프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정훈 관장이 태어난 1973년은 홍수환 챔프가 WBA 밴텀급 2위인 태국의 수코타이(12연승 9KO)와 원정경기를 펼쳐 극적인 8회 KO승을 거두면서 천하 재패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해 다.

또한 홍성민 SM 대표가 탄생한 1974년은 홍수환이 WBA 밴텀급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남아공)를 꺾고, 첫 세계 챔피언 김기수에 이어 8년만에 2번째로 세계 정상에 오른 기념비적인 해다.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출전한 선수들을 격려해 주기 위해 참석해 주신 홍수환 챔프를 비롯한 복싱 관계자분 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내년에도 MBC 신인왕전이 차질없이 열리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