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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항서'로 추앙받는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김상범 대표

25.07.0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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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커키 버팔로 복싱클럽에서 한국권투위원회(KBC)가 주관한 프로복싱 국제대회가 열려 경기장으로 향했다.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김상범 대표는 1971년 11월 전남 고흥태생으로 20년 전 베트남에 정착해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15일 금천구에 개관한 커키 버팔로 체육관은 2백평에 달하는 사설체육관이다.

현장에서 이 대회를 개최한 김상범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복싱 불모지 베트남에서 복싱 붐과 활성화에 불꽃을 태우고 있는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다.




2018년 호찌민에 지상 4층으로 최신시설을 갖춘 아시아 최대규모의 체육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 베트남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을 배출해 폭팔적인 복싱 열기를 이끌며 현지에서 제2의 박항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23일 경기도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커키 프로모션이 주최하고 WBO(세계 복싱기구)와 KBC(한국권투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WBO 여자 미니멈급 세계 타이틀전이 열렸는데, 이 대회에서 김상범 대표가 발굴한 베트남의 응웬 티 투니는 WBO 동급 챔피언인 일본의 타다 에츠코를 10회 판정으로 이기며 베트남 역사상 첫 복싱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4전 전승의 티 투니는 2020년 2월 WBO 미니멈급 동양 챔피언에 오른 이후 세계 정상 정복에 포커스를 맞추고 훈련을 해왔다.




20승(7KO) 3무 3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WBO 동급 챔피언 타다 에츠코와의 현격한 전력 차이로 인해 경기 전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니의 정상 정복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았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투니의 이런 결사항전 끝에 쟁취한 타이틀은 저항의 역사이자 어떤 압제에도 굴하지 않는 풀뿌리 같은 민족의식을 품고 있는 베트남 특유의 국민성과 맞물려 보여준 일전이었다.

이렇게 끈질기고 완강하게 투쟁해 탈취한 투니의 타이틀 획득에 크게 고무된 베트남 국가주석이 직접 표창장을 수여했다.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도 그들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던 김상범 대표는 2015년 베트남 아마복싱대회에 출전한 응웬 티 투니를 눈여겨보았고 마침내 그녀를 픽업해 자질 있는 선수로 키워나갔다.

특히, 앞서 서술한 역사적인 타이틀전을 앞두고서는 삼성체육관 투 톱 신정훈 관장과 WBA 페더급 챔피언 박영균 챔프에게 체계적인 지도를 맡겨 한 단계 도약한 기량의 급상승을 도모했다.



타이틀전에서 투니 선수에게 세밀하게 작전을 지시하는 김상범 대표를 현장에서 인상 깊게 지켜보면서 필자는 지난날 베트남의 저력의 역사와 그것을 가능케 한 한 역사적 영웅을 떠올렸다.

보 구엔 지압 장군, ‘붉은 나폴레옹’으로 불린 그는 베트남 최고의 군사 전략가로서 20세기 중반 약소국 베트남이 극강의 전력을 보유한 세계 최강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의 침공을 격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적 인물이다.

그는 단 한 번도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평범한 교사 출신이다. 그럼에도 그는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중국의 손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병법을 연구해 통달했다. 그리고 이를 실전에 적용해 구국의 영웅이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상범 대표도 체계적으로 복싱을 수학한 전문 복싱인은 아니다. 그러나 지압 장군의 3불(不) 정책 즉, 1)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2)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3)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염두에 두고서 이를 복싱에 응용(應用)했다. 이로써 투니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베트남 복싱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오른 투니의 영향으로 현재 복싱 불모지 베트남은 마치 1966년 최초의 세계 챔피언 김기수가 탄생했을 무렵의 한국처럼 복싱 열기가 뜨겁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가장 큰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며 복싱 이벤트 매니지먼트 회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상범 대표는 수년 전 운명적인 인연을 맺은 동향(同鄕)의 신정훈 관장과 교류하면서 양국(한국, 베트남) 복싱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73년 전남 고흥태생의 신정훈은 2014년 영등포구 당산동에 삼성 복싱체육관을 오픈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삼성체육관 수석 사범 박영균 트레이너의 선수 시절 닉네임을 딴 '불도저상'을 만들어 전국에서 개최되는 복싱 경기장을 찾아 그날의 MVP를 선정한다. 해당 선수에게 격려금과 상패를 전달하는 선행을 8년 동안 이어가고 있다.

 그간의 MVP 수상자 중에는 이날(6월 28일) 경기를 펼친 강종선을 비롯해 이기수, 서인덕, 배민철, 신보미레 등 한국복싱의 미래를 밝혀줄 유망주들이 다수 포함됐다.

지금까지 30회에 걸쳐 전달한 격려금만 2억원을 넘어선다. 이 자금은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창출된 수익금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


격려금을 전달한 박영균 챔프(왼쪽부터), 강종선 선수, 이정택 국제심판.

중요한 사실은 정작 신정훈 관장 본인은 월세 60만원의 단칸방에 산다. 그럼에도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는 그날까지 멈춤 없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이 일을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날 경기 메인이벤트에 출전한 월드 클래스 강종선(전일복싱)은 임흥진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약진하고 있는 한국 복싱 유망주이다.

2001년 서울 태생의 전(前) WBO 페더급 5위 강종선은 2017년 11월 17세 나이로 프로에 전향해 22전 20승(11KO) 2패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5월 WBO 페더급 글로벌 챔피언에 등극한 그는 지난 2월 8일 필리핀 세부에서 벌어진 타이틀 2차방어전에서 13승(8KO) 2패를 기록한 일본의 오완 류토와 대결해 다운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애석하게도 9회 2분 59초 만에 TKO패를 당한 뒤 이날 4개월 만에 재기전을 가졌다.

이 대회에서 그는 23전 16승 (5KO) 1무 6패를 기록한 인도의 라케쉬 로찹과 맞붙어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며 인상적인 바디샵으로 3회 55초 KO승을 거두고 재기에 성공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상범 대표는 앞으로 매달 이곳 커키 버팔로 복싱클럽에서 한 차례씩 복싱 경기를 개최해 유망주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대표이사와 신정훈 관장이 서로 연합해 한국복싱 부흥에 일조하길 기대한다.